Christmas라는 이름 좋지요. 그런데, 왜 영어 이름을 선호하십니까?
(진짜 한국 이름이 뭐에요?)
그렇다고 그 분들이 한국 이름을 기분좋게 대느냐. 아닙니다. 영어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심지어 우리는
"What does your MOTHER call you? Does she call you Jason?"
(어머니가 뭐라고 부르세요? 제이슨이라고 부르세요?)
라고까지 묻습니다. 그러면 "No'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래서 이름이 뭐냐고 하면 또 영어 이름을 대십니다. 한국 사람들은 도둑놈 심보가 있는 것일까요? 이름부터 숨기려고 드는 것이 어딘가 수상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감춰야 할 것들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요?
몇 번 반복을 하면 가까스로 이름의 한 부분을 받아냅니다.
"Call me 김."
"I am 지."
"I am 옹."
"I am 호세.
웬 서반아 이름까지 갖다 대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 음식점/가게는 다시 안갑니다. 아무래도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사람들인 듯해서.
... 나 원참. 영어 이름을 대는 이유는 발음이 안되어서랍니다. 그러면 친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That is not your problem, but mine. You should help us pronounce it correctly."
(그건 그 쪽 문제가 아니지요. 우리가 발음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옆에 앉아 있으면서 항상 창피한 마음을 없엘 수가 없습니다. 저 말은 이름 주인인 우리들이 해야 하는 말 아닌가요? 가끔 어려운 한국 이름을 배우기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It is HIS name. He can do whatever he wants to do with his name. So you should learn the way HE pronounces it."
(저 분 이름은 저 사람 이름이니 저 분 마음대로 하는 거야. 그러니 저 분이 발음하는 그대로 발음하도록 배워.)
당연한 것 아닙니까?
한국 이름을 끝까지 제대로 안 주시거나 반만 주거나 하는 분들이 계시면 제 친구는 악착같이 이름을 받아냅니다. 그래서 발음이 안되면 써서 연습을 합니다. "경영"이라는 비음이 어려워도 연습해 내고, "주웅"이라는 이름이 "중"이 안되도록 연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익힙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발음이 어려워서 영어 이름을 지었다구요. 이게 무슨 멍멍이 소리랍니까. 발음이 안되면 연습들을 시키세요. 100번 틀리면 100번 연습 시키세요.
영어 이름 하나 있는 것이 좋다구요. 왜 좋습니까? 뭐가 좋습니까? 한국 사람이 한국 이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도대체 뭐가 좋다는 것으로 핑계를 삼아 영어 이름을 갖고 싶어합니까? 저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냥 하나 갖고 싶으면 솔직하게 갖고 싶다고 하세요. 그것이 솔직한 것이지요. 핑계를 갖다 댄다는 것 자체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합니다. 영어 이름을 갖는 것이 창피한 모양이지요? 왜 말도 안되는 핑계들을 댈까요?
저는 3세이고 제 사촌들도 2.5세들입니다. 사촌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한국어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의 이름은 언제나 한국어 이름들입니다. 흔히 가운데 이름을 영어로 만드는데, 그런 가운데 이름조차도 없는 순전한 김 아무개의 한국 이름들입니다. 저도 이름에 비한국 이름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항상 한국 이름 써왔습니다. 영어 이름도 한국 냄새 나게 고쳤습니다. (한국 이름: 진, 영어 이름 진이). 한국 이름을 사회에서 쓰면서 선입견 받는 것,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입견입니다. 항상 "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어도 잘 한다. 한국 문화도 잘 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두 배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 마디하면 "한국 이름을 가진 한국 촌놈"이 "한국 이름으로 뿌리를 가진 멋진 한국계 미국인"이 되어 버립니다. 영어 이름 고수하시는 분들. 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identity crisis에서 겪는 문제가 요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저 나의 문화와 나의 언어와 나의 뿌리에 대해 자부심이 없다고 하는, 서구 문화, 남의 것에 대한 선망이 나의 것에 대한 자부심보다 앞선다는, 그런 무언의 증거일 뿐이지요.
미국에 동화된 한국인 세대들도 한국이름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억양이 없는 영어나 문화를 구사하는 것도 아닌 한국 사람들은 왜 한국 이름을 버리고 영어 이름을 주워쓰려고 하시는 걸까요? 게다가 한국에 있는 한국분들은 도대체 뭡니까? 작년에 한국에 방문을 했는데, 나 원참. 호텔에서 일하는 분들, 외국인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에서 종사하시는 분들. 영어 이름 하나씩 가지고 "나 너네 문화 잘 안다"라는 표정으로 계시더군요. 영어 이름 가지면 남의 문화, 남의 나라가 내 것이 되나요? 영어들을 잘 하시니 편리하긴 했습니다만, 영어 이름을 버젓이 내 놓는 것은 참 저나 함께 간 친구들이나 참 못마땅해하고 왔습니다. 한국 문화 관광왔는데, 한국 사람들 서구를 이름부터 선망하고 성형으로 모습까지 고쳐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들어서 얼마나 창피했던지요.
이 핑계 저 핑계 다시는 분 많습니다. 발음이 어쩌고. 차별이 어쩌고. 그러면 거기에 밀려서 한국것 버리고 사세요. 버리시려면 확실하게 버리세요. 1그러나 정말 한국을 사랑하신다면, 한국것을 고수하시고 한국을 가르치세요. 발음 안되는 이름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영어 이름 하나 갖고 있는 것 자체는 나쁠 것도 없겠지요. 그러나 그 이름을 정말 자신의 이름인양 내세우는 사람들. 얄밉습니다.
"윤 진이" ARTICLE "제 영어이름이 christmas인데 질문이요!"라는 글을 읽고 한 답글입니다. 이 분을 힐책하는 글은 아니고, 글을 읽다보니 생각 나는 것이 있어서 썼습니다.
약속 시간 20분 앞두고 급하게 써서 횡설수설했습니다. 정리하시면서 읽어 주세요.
친구중에 Summer라는 친구도 있고 Saturday도 있습니다. Holiday라는 이름도 있고 Moonlight이라는 친구도 있지요. Christmas라는 이름, 예쁜 이름입니다.
그런데.
왜 영어 이름을 사용하려고 하십니까?
(한국분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한국분들은 왜 영어 이름을 갖기 위하여 애를 쓰는 것일까요?
한국분들이 많이 계시는 음식점 등등에 가까운 친구들과 자주 갑니다. 스시맨이나 웨이터/웨이트레스들을 보면 다정하게 이름부터 묻습니다(웨이터 이름을 왜 묻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이름을 교환하는 것은 기본 예의입니다. 여기에 대한 한마디는 블로그를 통해서 나중에 컬럼을 쓰겠습니다). 그러면 한국분들 10명 중 9명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Jason (제이슨)"
"John (죤)"
"Angela (안젤라)"
"Margaret (마가렛)"
"Chrissy (크리씨)"
어쩌고...
헐헐. 한국 이름 대답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럼 제 친구는 피식 웃으며 이렇게 다시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