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레인홉의 생각없는 한마디 2005. 3. 5. 04:09

날짜: 2002/08/10

 

내 바로 옆 큐비클(cubicle)을 사용하던 동료는 참으로 요란하기 그지 없었다.

 

"옆에 누가 싸우나요?"
"아니오. 왜요?"
"누군지 모르지만 미스 홉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네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사무실 동료들은 물론 전화 통화 하던 사람들도 한 마디씩 할 정도였다.


"훌쩍 훌쩍 . . . (우는 소리)"
"왜 울어?"
"이 spreadsheet에서 더하기가 아무리 해도 안맞아."
"얼마가 안맞는데?"
"1센트 . . . 엉엉 . . ."
"비켜 봐. . . . 여기 공식을 잘 못 썻네."

 

3초의 인내심이 없어서 일을 그르치기 일쑤였던 그녀는, 툭하면 일이 안풀린다고 울기에 바빠 일을 마무리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어머나, 어머나, 이것 봐, 이것 봐! 어머 어머 어머!"

 

무슨 일인가 다들 놀라서 달려나가보면, 서류 몇 장을 떨어뜨려 놓고 놀란 척을 하는 것인지 놀란 것인지, 알 수 없는 놀란 표정을 하고 서 있다. 두 손을 허공에 저으며 팔짝 팔짝 뛰는 모습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일부러 치고 지나간 줄 알겠다. 기가 막힌 얼굴로 다른 동료들은 주섬 주섬 제자리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와당탕 . . . 쿵 쾅 . . 퍽 . . 퍽퍽! 철커덩, 꽝 . . . "

 

프린터가 원하는데로 안된다고, 프린터 문을 열고 닫고 하기를 몇 시간 계속한다. 어찌 다른 사람이 쓸 때는 문제없는 프린터가, 그녀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꼭 문제가 생긴다는 것일까. 게다가 쿵쾅 거리며 입에 욕을 달고 몇 시간을 그러기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쿵쾅거림은, 언제나 폭포같은 눈물과 나의 동료애로 마무리되곤 했다.


"복사기가 또 문제네. 서비스 좀 불러줘요."

 

무슨 문제인가 싶으면 그저 복사가 깨끗이 안나왔다건가 paper jam이 있는 정도이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로 Operation Director / Business Manager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니,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붙는 별명이 있었다.

 

Drama Queen. 비극의 주인공. 몸을 획 돌려서 침대나 소파에 쓰려지며 "자기 미워 . . 흑흑 . . "하는 종류의 사람. 이러한 사람들을 Drama Queen이라고 한다.

 

오늘도 hall 저 쪽에서 Drama Queen의 목소리가 쩌렁 쩌렁 들리고 있다. 직장 이전을 하려면 좀 멀리 갈 것이지, hall건너편이 무슨 이전인가. 그녀가 떠날 때도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었다. 참으로 시끄러운 여자이다.

 

일레인 홉
Elaine H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