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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돌이가 죽었어요.

일레인홉의 생각없는 한마디 2006. 1. 11. 11:11

진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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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0 Jan 2006

 

어제 밤, 진돌이가 죽었어요.

 

제가 집에 없는 동안 제 침대에서 죽었습니다.
몸이 아프니까 엄마인 제가 얼마나 그리웠겠어요.
아픈 몸으로 겨우 겨우 제 침대에 올라왔나봐요.
쓰다듬어주고 달래 주는 손이 없으니,
엄마 냄새라도 맡고 싶었나봐요.
얼마나 무서웠으면
싫어하는 제 침대 위로 기를 쓰고 올라왔을까요.
침대위로 올라 올 수 있는 기운이 없었을 텐데.
얼마나 엄마 냄새라도 맡으며 위안받고 싶었으면.

 

제 침대에 누워 늘어져서 힘겨워하는 것을 보고,
저희 어머니께서 메시지를 남기셨더군요.
진돌이가 이상하다고. 마음이 아프시다고.

 

클라스 끝나고 집에 가는 중이라고 전화드렸더니,
저의 어머니께서는 인사 대신에 간단히 말씀하시더군요.

 

"진돌이 운명했어."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별로 느낌이 없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눈물이 넘춰지지가 않아요.

 

아직 털도 부드럽고 몸도 따뜻한데,
차가운 바닥에 생기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이 마음을 설명할 수가 없군요.
남친이 같이 울어주며 잘 가라는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 전 날 너무 아파서
제 무릎베고 하루 종일 잤었는데.
나는 그렇게 아픈지 모르고 병원 가는 날을 하루 더 미루었어요.
그리고 어제 병원 다녀와서 오늘 검사 결과를 받기로 했는데,
결과를 듣기도 전에 먼저 가 버렸어요.
체한 증상 있을 때 즉시 병원에 데리고 갔었었야하는데.
너무 후회가 됩니다.
조금 더 신경 써 줄걸.

 

배쪽에 종양이 있었다네요. 그리고보니 증상은 전에도 보였던 것 같은데,
정말, 정말 진돌이에게 미안합니다.

 

지난 약 5년동안 동네에서 들리던 우렁찬 개 짖는 소리가
진돌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동안 진돌이가 책상 밑에 항상 앉아 있었는데,
오늘은 진돌이가 없어 발이 시린 것을 처음 느껴봅니다.

 

책상 밑이 아니면 의자 바로 밑에 붙어 앉아 있었는데,
오늘부터는 진돌이가 의자에 치일까봐 일어날 때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저 복도 끝에 언제나 진돌이가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늘은 저 복도가 훵하니 비어있습니다.

 

냉장고에 진돌이가 먹던 받이 반이 남아있습니다.
물잔, 밥그릇이도 마당과 집안에 다 있구요.

 

여행 갈 때면 걱정할 진돌이가 없다는 것이 너무 속상합니다.
진돌이 없으면 마음대로 여행 다닐 수 있어서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렸다는 것이 너무 속상합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픈 것인지, 뭐가 잘 못된것인지도 모르고
말도 못하고 그렇게 혼자 힘들어다 하다가 간 진돌이.
너무 속상합니다.

 

.... 내가 아프면 식구들에게 미리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을 해야 할까봅니다.

내가 갔을 때, 그들이 지금의 나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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